며칠 전 편의점에서 오이 비누를 샀다. 화장실에서 쓰던, 엄마가 사다놓으신 아이 깨끗해를 다 써서 부엌의 비누를 쓰고 있었다. 돈이 없지만 불편해서 화장실 용 비누를 사기로 했다.
술 마시고 아침으로 라면을 먹고 싶다는 태경이에게 끓여준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도 다시 샀다. 두 개를 샀다. 먹어보고 싶어서. 그리고 1 + 1을 하는 온더바디 비누랑 1900원짜리 딱 한 개 남은 오이 비누를 한참 고민하다가, 자꾸만 오이 비누 향기를 맡고 싶다는 생각이 나서 결국 오이 비누를 선택했다. 물이 많이 닿아 있으면 물러진다는 설명이 적혀 있어서 더 마음이 갔다. 돌멩이 같은 다이소 비누를 쓰고 실망했던 기억이 있어서.
집에 와서 오이 비누로 손을 씻는데 향기가 너무 좋았다. 시원하고 부드러운 푸른 향기가 났다. 화장실이 건조할 때면 은은한 오이 비누 냄새가 퍼져 있다. 향기를 맡을 때마다 나는 오이 비누가 좋아, 오이 비누 향기가 너무 좋다, 하는 생각이 나며 행복하다.